은행들이 직접 만드는 크립토 네트워크, 왜 우리가 경계해야 할까

Sigrid Voss
Sigrid Voss ·

은행들이 직접 만드는 크립토 네트워크, 왜 우리가 경계해야 할까

미국의 대형 은행들이 더 이상 구경만 하고 있지 않네요. JP모건, 뱅크 오브 아메리카, 시티은행이 이제 토큰화된 예금을 위한 공유 네트워크를 구축하려 합니다. 많은 분들이 이걸 오랫동안 기다려온 '제도권 채택'이라고 생각하시겠죠. 하지만 작동 방식을 뜯어보면 질문이 생깁니다. 토큰화된 은행 예금이 정확히 뭐고, 왜 필요한 걸까요? 제 경험상 은행들이 '혁신'을 말할 때, 그게 우리 돈을 자유롭게 해주겠다는 뜻은 아니더라고요. 그들은 블록체인의 장점만 챙기고, 자신들이 싫어하는 탈중앙화나 검열 저항성 같은 핵심 요소들은 쏙 빼버리고 싶어 합니다. 이와 관련해 이전에 다뤘던 HSBC 스테이블코인 출시 기사를 보시면 더 이해가 빠르실 겁니다.

은행 주도 네트워크가 내세우는 명분

기술적인 관점에서만 보면 은행들의 말이 맞긴 합니다. 기존 은행 간 송금은 느리고 투박하며, 아주 오래된 시스템에 의존하죠. 예금을 원장(ledger)에 올리면 결제를 거의 즉시 처리할 수 있습니다. 토큰 자체가 돈을 의미하기 때문에 송금 확인을 위해 며칠씩 기다릴 필요가 없으니까요.

일반 기업 고객들에게는 분명 이득입니다. 더 빠르고 저렴하죠. 수십억 달러를 움직이는 거대 기업 입장에선, 변동성 심한 자산이나 언제 규제 폭탄을 맞을지 모르는 스테이블코인보다 제도권 기관이 보증하는 '은행 코인'이 훨씬 매력적일 겁니다.

가장 강력한 반론

강세론자들은 이것이 우리가 필요로 했던 가교라고 말합니다. 이런 네트워크들이 결국 퍼블릭 블록체인과 연결되어 수조 달러의 '실제 돈'이 생태계로 유입될 거라고 주장하죠. 크립토가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정식 일원이 되는 마지막 단계라고 보는 겁니다.

어느 정도 맞는 말입니다. 세계 최대 은행들이 토큰화 자산을 쓰기 시작하면 글로벌 금융의 혈관 자체가 바뀔 테니까요. 시스템 전체가 효율적으로 변하겠죠. 하지만 효율성이 곧 자유를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제가 생각하는 진짜 문제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지금 '온체인 현금'과 '크립토' 사이의 괴리가 생기고 있어요. USDC나 USDT 같은 스테이블코인은 기존 은행 시스템의 대안이 되기 위해 설계되었습니다. 은행의 허락 없이도 가치를 이동시킬 수 있게 해주죠.

반면 토큰화된 예금은 정반대입니다. 그냥 겉포장만 바꾼 은행 계좌일 뿐이에요. 원장은 여전히 은행이 소유합니다. 그들은 언제든 당신의 자산을 동결하고, 거래를 검열하며, 누가 참여할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유럽 은행들의 스테이블코인 채택 사례에서도 똑같은 패턴이 나타났죠. 은행들은 블록체인의 속도는 갖고 싶지만, 통제권은 그대로 쥐고 싶어 합니다.

저는 이게 엄청난 '예금 유출 방지' 전략이라고 봅니다. 은행이 더 빠르고 편한 토큰 버전의 돈을 제공한다면, 사용자들이 굳이 탈중앙화 프로토콜로 돈을 옮길 이유가 줄어들겠죠. 결국 거대한 '닫힌 정원(walled garden)'을 만드는 셈입니다. 사용자가 은행 생태계를 한 발짝도 벗어나지 않은 채 블록체인의 '마법'만 경험하게 하려는 전략이죠.

지금 시장의 현실

웃기는 건, 시장 전체가 패닉 상태일 때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공포-탐욕 지수는 13으로 '극심한 공포' 단계입니다.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들은 폭락하는 S&P 500을 보며 바닥이 어디인지 고민하고 있죠. 그동안 은행들은 크립토를 매력적으로 만들었던 그 핵심 가치들을 대체할 인프라를 아주 차분하게 구축하고 있었습니다.

은행들이 자신들만의 정원을 가꿀 때, 저는 여전히 셀프 커스터디(자기 수탁)의 중요성을 믿습니다. 만약 자산을 이런 '은행 주도' 네트워크로 옮긴다면, 당신은 개인 키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제가 항상 핵심 자산은 오프라인에 보관하라고 말씀드리는 이유입니다. 저는 Ledger Nano X를 씁니다. 블루투스로 모바일 관리가 편하면서도 프라이빗 키는 인터넷과 완전히 분리되어 있거든요. 사소해 보이지만, 은행이 모든 것을 토큰화하려는 세상에서 내 키를 직접 갖는 것만이 내 돈을 진짜로 소유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결제 레이어를 둘러싼 이 싸움은 기술 전쟁이 아닙니다. 권력 전쟁이죠. 돈이 공공재가 되는 미래를 원하는지, 아니면 기업의 상품이 되는 미래를 원하는지의 문제입니다. 저는 어느 쪽을 선호하는지 명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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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시장 트렌드, 거래 전략 및 블록체인 기술을 다루는 암호화폐 분석가 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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